Testing your nerves Tagebuch

돌아오기 전날 저녁에 크리스, 제롬, 다니엘 세 사람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장소는 올드 브롬튼 로드 - V&A 박물관 맞은편 - 에 있는 RACINE라는 프랑스 식당. 사우스 켄싱턴은 예로부터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라던데, 런던의 '평범한 프렌치 식당'의 저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훌륭한 식사였다. 손님들도, 내 선입관과는 다르게, 관광객이 아니라 오히려 이 동네 주민들이 부담없이 들러 식사하는 쪽이라는 느낌. 나는 가장 저렴한 쪽으로 - 퍼스트는 생선 스프, 메인은 콩피 드 카나르(오리고기 콩피), 디저트는 초콜릿 포트. 생선 스프는 생선 냄새가 적당히 나고, 건더기는 없지만 바게트에 그뤼에르 치즈와 루이 소스가 제대로 곁들여져 나왔고, 크리스의 조언대로 소스와 치즈를 얹은 후에 스프에 담가놓고 시간이 좀 흐른뒤에 건져먹는 게 묘미. 콩피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살은 기름 속에서 보낸 몇 달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한없이 부드럽고, 껍질은 바삭하다. 접시 바닥에 얇게 깔아놓은 렌틸과의 색 조화도 좋다. 후식은 크렘 브륄레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검지손가락 길이의 항아리에 진한 초콜릿을 담고 크림을 얹었는데, 큰 감흥까지는 없었다. 

와인은 2005년산 Chateau la Gasparde.  일생에 한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이라는 바로 그 2005년 보르도다. 작년 여름, 사이먼스가 '베푼' 만찬에서의 와인을 맛본 이후로, 뒷맛에 감초맛이 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좀 은은하지만 감초향이 남는다. 소매가 23파운드라고 쓴 인터넷 사이트가 있던데, 그 값에 탁월한 선택인 듯. 물론, 식당에서는 그 두 배 정도였지만. 

네명이서 두 병을 비웠는데, 처음에 두 가지 와인 중에서 선택을 못하니까 모두 테이스팅하도록 - 작은 테이스팅용 글라스에 따로 가져왔다 - 하는 것이 내겐 놀라웠다. 디캔팅도 해다 가져다 주고. 두 병째도 역시 테이스팅 글라스를 따로 가져왔는데, 어허... 맛이 달랐나보다. 이상하다고 돌려보냈는데, 나는 처음 목격하는 광경이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지간하면 그러지 않을 텐데, 확실히 이상했나보다. 다시 가져온 것은 셀라에 있던 것이라, 온도가 좀 낮았다. 열리도록 놔둘 시간이 모자랐던 것은, 다시 생각하면 정말 아쉽다. 

크리스가 미국의 필라델피아였던가, 두 병을 연속으로 되돌려보냈던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두 병째는 정말로 사람 'NERVE'를 시험하더라는. 금요일에 돌아와보니, 1002.0841이 떴는데, 이야말로 누군가의 'NERVE' 를 시험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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