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에게 틀렸다고 말하기 Hauptvermutung

윌첵은 새삼 설명할 것도 없이, 양자색소역학의 점근적 자유성을 증명한 공로로 그로스, 폴리처와 함께 2004년 노벨상을 받은 초일류 물리학자이다. 위상에 걸맞게, 어느 특정 조류의 기술적인 면에 휩쓸리거나 하지 않으며, Physics Today에도 물리학계의 현안에 대해서 깊이있는 기고를 자주 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50대 초반이기는 하지만,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기술적 난해함과 근본적인 중요성이 잘 균형을 맞춘 깔끔한 논문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자인 로빈슨과 함께 작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윌첵은 양-밀즈 이론이 중력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 배경 장 방법(background field method)를 이용해서 1-loop 베타 함수를 계산했다. 물론, 양-밀즈 이론의 베타 함수 계산이야말로 약관의 대학원생이었던 1973년에 그가 해내어 훗날 노벨상을 받게 되는 바로 그 일이다. 베타함수는 양-밀즈 이론의 경우 음의 값을 가지며, 바로 그것이 높은 에너지에서 결합상수가 작아진다는 사실, 즉 점근적 자유도를 의미한다. 그전까지의 모든 이론이 양의 베타함수값을 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양수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콜만 교수가 당시 제자였던 폴리처를 엄청 구박했던 것이 잘 알려진 뒷이야기. 양-밀즈 자체의 베타함수 계산은 이제는 수십 종의 양자장론 교과서에 다 실려있고 전세계 수천명의 입자물리전공 대학원생들이 모두 익히는 표준적 내용이 되었다.

물론 중력이 결합되어 있는 경우도 - 중력 자체는 양자화가 되지 않지만 유효장론으로 취급해서 - 30년도 더 전에 계산이 다 되어 있다. 양자중력의 선구자인 데저 등에 의한 이 오래된 계산에 의하면 1-loop에서는 영향이 없는데, 문제는 작년의 윌첵과 로빈슨의 논문에 의하면 여기에 중력에 의한 음의 보정이 생기며, 이 양이 에너지의 2차함수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지어 QED도 플랑크 에너지 근방에서는 결합상수가 다시 0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결과는 단순히 베타 함수의 부호라고 말하지만 그 계산 과정은 갖가지 재규격화 방법의 선택과 그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점으로 1-loop에서조차 쉽게 계산이 맞다 틀리다 말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숫자 하나의 "부호"계산으로 노벨상을 받겠는가!) 윌첵은 배경장 방법을 이용했는데, 여기서는 배경 장을 특정하게 놓으므로 최종 결과에서 게이지 불변성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고, 데저 등에 의한 계산은 차원적인 정규화방법을 쓰는데 게이지 장을 비선형적으로 재정의해야 상쇄할 수 있는 카운터텀이 존재하는 문제가 있다.

윌첵의 작년 논문은 PRL에 출판되었는데, 지난 주 독일 훔볼트 대학의 플레프카가 이끄는 그룹이 역시 PRL형식으로 4페이지짜리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려놓았다. 문헌들에 존재하는 상충하는 계산 결과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념적으로 가장 간단하지만 계산은 복잡해지는 컷오프 방법으로도 계산을 해보고, 데저 등의 차원적 정규화 방법도 다시 확인했다. 결과는, 양쪽 다 1-loop에서 막스웰 이론에 대해서 중력에 의한 베타함수 보정은 없다! 라는 것.

플레프카와 나는 논문을 둘 같이 썼는데, 첫번째 논문에서는 단순 반복적인 계산을 처리하기 위해서 FORM이라고 하는 symbolic 계산을 위한 패키지를 사용했다. 역시나, 이 논문도 FORM의 도움을 받았단다. FORM은 일종의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특히 입자물리 계산에 유용한 기능들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 FORM의 매뉴얼을 보면, 매쓰매티카나 메이플같은 유명한 프로그램과 비교하면서 그런 프로그램은 모든 기능들을 다 가지고 있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이고, FORM은 특정목적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아주 날카로운 칼에 (회칼?) 해당한다는 설명을 해 놓았다. 얀 플레프카도, 이 논문으로 다시 한 번 특정목적을 얼마나 훌륭하게 수행해낼 수 있는지를 이번에 다시한 번 보여준 것 같다.



덧글

  • 구도의길 2007/10/10 17:45 # 답글

    폴리처를 구박한 싸부는 콜만 아니었나요?
  • 루이 2007/10/10 18:02 # 답글

    맞습니다. 수정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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