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2일째

앞으로 2주간 지내게 될 연구실은 5층의 동쪽 큰 방. 책상 8개가 놓여있다. 지난 9월부터 여기 와있는 SK박사의 책상은 문으로 들어와서 바로 오른쪽. 깔끔하게 정리하고 퇴근해서 금방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아는체를 해 준 것은 QMUL에서 학위를 받고 역시 지난 10월부터 여기 연구원으로 와 있다는 제임스. 점심시간 쯤 물리학과에 찾아간 것은 허탕이었는데, 오후에 제임스가 티타임에 같이 가자고 해서 제롬만 제외하고 다 만났다. 미리엄의 시험 때문에 집에 있었다고. (사립학교의 장학금이 결정되는 시험인 듯.)

티타임은 IC의 이론물리 그룹이 라운지에 모여서 차와 케이크, 쿠키를 나누며 이야기하는 시간. 보통,15-20명 정도 참석. 의례적인 인사를 아미, 페이와 나누었다. 그후 더프가 좀 늦게, 크리스는 그때 출근하는 듯 잠깐. 역시 체이틀린은 거의 파장때 나타나서 잠시만 이야기하고 도망치듯 사라짐. 마지막으로, 하루종일 QED강의했다는 다니엘이 노트와 바지에 분필을 잔뜩 묻히고 등장. 티타임의 이야깃거리는 요즘 크리스가 왜 바쁜가로부터 시작한 "유럽의 대형 연구비"이야기였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형 연구비가 EU의 각국 학술/과학재단으로부터 브뤼셀의 연합정부로 넘어가는 추세에 있다. RTN이 대표적인데, 요즘 한창 지원에 정신이 없는 것이 - 나중에 자료를 검색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 ERC의 FP07이다. 총예산이 2008년에만 516M 유로. 그중 39퍼센트가 physical sciences and engineering, 34퍼센트가 life sciences, 14퍼센트가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나머지는 interdisciplinary라고 한다. 한 팀의 예산이 최대 한해 70만 유로, 5년까지 지원. 따라서 올해 지원받는 팀이 300개 정도. 전유럽을 대상으로 전분야이니 만만치는 않다. 팀이라고는 하지만 지원요강을 읽어보니 기본적으로 PI개인의 연구를 지원한다는 개념인 것 같고 공동연구원은 필요하면 넣어도 된다 정도의 느낌.

토요일에는 국립극장에서 연극 관람. South Kensington에서 Battersea, Lambeth, Vauxhall, Waterloo까지 걸었다. 유리피데스의 유명한 비극인데 내게는 무척 자극적 - 혹은 감정과잉? -으로 느껴졌지만 나중에 신문의 평을 읽어보니 aesthetic하다는 평이었다. 슬픔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는 듯. 연극은 트로이 함락 이후 전리품 신세가 된 트로이 왕실의 여인들의 운명이 하나하나 결정되는 것을 보여준다. 카산드라는 그 예지능력 때문에 자신에게 닥칠 죽음을 보고 거의 실성한 상태가 된다. 무대 위에서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돌아다니다가 급기야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드레스를 벗어던지는데 - 원작은 옷을 찢는다고 함 - 순간적으로 전라가 된다. 뭐, 오페라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지라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그보다 바로 앞에 앉은 아가씨가 앗 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음. 헥토르의 부인인 안드로마케는 아들이 성밖으로 내던져져 죽임을 당하는데 어린아이가 아니라 갓난아기로 처리한 것이 또한 비극을 너무 순화시킨 것 아니냐는 평.

돌아오는 길은 Hungerford br를 지나서 Charing cross, National Gallery, Leceister sq, Chinatown, Picadilly, Bond street거쳐서 결국 Green park에서 튜브.

by 루이 | 2008/01/14 04:20 | Tagebuch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ExtraD at 2008/01/14 08:57
영국 순수과학 연구비가 상당한 삭감을 동반한 난황을 겪게 되었다고 최근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별 이야기가 없는 모양이네요.
Commented by ExtraD at 2008/01/14 08:58
그나저나 공연은 .. 좀 쇼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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