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제4일 Tagebuch

월요일.

방문자의 특권이란, 연구소 근처에 숙소가 있기 때문에 아침일찍 나갈 수 있다는 것.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걸어가면 8시 전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청소부는 젊은 흑인 아가씨. 제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치마도 걸치지 않아서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호텔에서 식사를 시작하는 게 7시인데 아직 컴컴하지만 창밖을 지나가는 2층버스는 제법 사람이 차 있다. 8시에 도착하니 한창 청소중인데 - 그래봐야 느릿느릿이지만 - 4시쯤 청소를 시작해서 6시면 반짝반짝 말끔하게 만들어놓는 독일 막스 플랑크의 청소 아주머니와는 역시 '힌카쿠'가 다르다.

SK박사와는 아침에 차를 나누며 이야기. 영국의 로컬 학회, 케임브리지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윔블던의 플랫.

점심식사는 12시쯤 SCR로 가는데 물리학과에서 마이크, 제롬, 다니엘 등. 식당은 꽤나 붐빈다. 원래는 그렇지 않겠지만 테이블들이 랜덤하게 놓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행이 많은 경우 의자나 탁자를 이리저리 옮기다 보니 그런가보다.) 구내식당이 관광지 한가운데 있는고로 학교의 신분증이 있어야 할인이 된다. 나는 할인이 안되니까 소시지와 감자 매쉬, 삶은 콩이 4.39 파운드. 식후 마키아토 한 잔은 1.79 파운드.

1시 반부터 IMS에서 세미나. IC도 세미나가 너무 많은 편이다. 이론그룹 세미나, 끈이론 세미나, 수리과학 연구소 세미나, 우주론 세미나, 거기에다가 학과의 콜로키엄까지 합하면 매일 세미나가 있어서 정신이 없다는 말을 제롬이 한 적이 있다. 월요일은 수리과학 연구소의 세미나. 아미가 초청한 바스의 수학자, 알라스테어 킹이 연사다.

사실은 이분 발표는 페리미터에서도 들은 적이 있어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어어하고 무리를 좇아가다 보니 세미나실에 들어와 앉아있는 나를 발견. 그래도 발표 내용이 지난 여름과 다른 것이 다행이다. 제목은, Exceptional curves on del Pezzo surfaces. 렉처가 아니라 세미나여서, 대수기하의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바로 디커플될 수 밖에 없는 내용.

그래도 처음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만한 '사실'을 가지고 시작했다. '쿼드릭에서의 클리포드 정리'라고 하는데, 내용이 다음과 같다. 통상적인 2차원 평면을 생각하고, 평행이 아닌 직선을 4개 생각한다. 직선 세개가 있으면 그 교점으로부터 삼각형이 하나 나오니까, 반복하면 삼각형을 4개 생각할 수 있다. 각 삼각형의 외접원을 그린다. 정리의 내용은 이 4개의 원이 동시에 만나는 한 점이 있다는 것.

중학생에게 주어도 될 것 같고, 해석적 방법을 아는 고등학생이라면 brute force로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갑자기 첫번째 델 페조 곡면과 같다느니 하는 말로 증명을 시작하더니 결국은 '예외적인 복소곡면'의 존재를 설명하다가 이건 E9의 딩킨 그림이고요, 이건 E5(SO(10))인데 GUT의 입자 스펙트럼과 같거든요... 까지.

세미나 후, 제롬과 5시 넘게까지 이야기. 내용은 생략.

참, 점심 후 커피타임의 화제는 REF - RAE를 대체하는 새로운 연구능력 평가 체계. 거참, 보수적인 데에서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거라고 알려진 나라지만 이런 변화들은 대단하다. 요점은, 종래의 연구능력 평가 방법, 즉 피어 리뷰는 너무 경비가 많이 든다 (꼭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인력이 여기 매달려야 하는 점을 지적하는 듯.) 따라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를 만들자. 현재의 제안은, 일단 톰슨사의 Web of Science에 기초해서, '평균 인용횟수'를 따지고, 국제적인 평균과 비교해서 3배 이상이면 '뛰어난 연구자'로 인정한다. 영국의 입자실험 그룹의 중심은 더럼 대학에 있는데, 이들은 적어도 입자물리 분야는 스파이어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로비중이라나. 

어쨌든, 나의 사소한 지적 하나는, 이것도 그 유명한 'scale-free network'이잖아요. 무조건 세배가 아니라, 각 분야의 인용수 분포에 대한 exponent를 먼저 구하고 그에따라 기준을 달리해야...

덧글

  • ExtraD 2008/01/16 10:30 # 답글

    뛰어난 연구자의 정량적 정의라..괜찮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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