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6일
빵에 얽힌 추억
1.
런던에 있을 적에, 매주는 아니지만 가끔 토요일에 연구실에 나가곤 했다. 물론 토요일에 나가면 거의 99% 나 혼자이고, 학교 식당도 다 문을 닫는다. 아침에 나가면서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동네 빵집에서 뭘 좀 사야하는데 문제는 "샌드위치"라는 말을 만든 나라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샌드위치는 뭘 넣는지 거의 먹으면 바로 명치에서 걸린다는 것 - 지금은 영국에도 신의 은총이 내려 "Pret a Manger"가 성업중이지만, 그때는 아직 문명화되기 전, 야만의 시대였다. 그래서 집어드는 것이 보통 도너츠나, 아니면 스콘. 그 동네 빵집은 유리 진열대가 3미터 정도,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 두 개 정도가 되고 곱게 늙은 은발의 할머니 한 분이 계산을 맡아보셨다. 지금도 살아계실지. 그때는 "블루머"라고 부르는 시골풍의 큼직한 식빵 - 보통 loaf라고 부르는 직육면체 모양이 아닌, 달걀을 반으로 자른듯한 모양의 빵 - 을 벽에 걸린 진열대에 올려놓았다가 40펜스에 팔곤 했다. 오피스에 나가서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 스콘을 먹다 보면 목이 메이곤 한다 - 서러워서가 아니고, 진짜 스콘을 먹어본 사람은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스콘이 원래 차에 곁들여 먹는 것이라서. 어쨌든 그때 그, '설타나'가 들어갔던 소박한 스콘의 맛이 잊기 어렵다.
2.
지금 DESY의 그룹을 맡고 있는 쇼메루스가 함부르크로 오기 전에 있었던 곳이 프랑스의 사클레이다. 프랑스의 국립연구소 중 하나이고 특이한 점은 "국방부" 소속이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하다는 점. 교수라도 주말에는 아예 연구소 출입이 안 될 정도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며, 연구소장 정도되면 출입이 되지만 연구소장이라도 다른 사람을 - 예를 들어서 연구소의 평교수(!) -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역시 금지. 2003년, 그때도 이번처럼 초청을 받아 세미나 일정을 잡고 방문을 했는데, 사클레이란 곳은 파리에서 우리의 국철에 해당하는 RER을 타고 한참 가야하는 곳. 내리면, 아주 한적한 시골 마을이 나타난다. 가끔 식당에 가기도 했지만 근처에서 주말에 서는 시장(!)에서 염소젖 치즈와 복숭아(이게 또 프랑스가 자랑하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를 사고,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서 먹었다. 아, 파리는 그 전에도 여러번, 후에도 한 번 더 갔지만 그게 가장 맛있었던 바게트였다. 아마 꿈에서나 다시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극상의 텍스쳐. 이런 훌륭한 솜씨를 가진 베이커가 왜 이 시골에 있어야 할까?
3.
베를린의 겨울은 아주 춥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매년 열흘은 넘는 정도. 독일의 겨울밤은 콘서트장에서, 여름밤은 비어가텐에서 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꼭 나타나는 "라우겐빵"을 큼지막한 바구니에 넣어 파는 사람들. 지난 겨울에는 혹시 예약이 될까 해서 휴일 낮에 콘서트장에 갔는데, 저녁공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건물이 열려있기는 했지만 박스 오피스도 문을 닫았고 거의 사람이 없이 조용했다. 그런데 그 밖 추운곳에서 라우겐 빵 바구니를 들고 서있던 키 큰 젊은이가 있었다. 추위도 안 타는지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인형인줄 알 정도로. 독일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되어있는 편인데, 평일저녁, 8시면 거의 모든 집에 전등이 꺼지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한국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없어보이는데, 그만큼 '기회'가 없다는 말일수도 있고. 그날 빵바구니를 들고 서있던 젊은이는 어떤집에 살고, 어느학교를 나왔고, 어느직장을 가지고 있었을까?
런던에 있을 적에, 매주는 아니지만 가끔 토요일에 연구실에 나가곤 했다. 물론 토요일에 나가면 거의 99% 나 혼자이고, 학교 식당도 다 문을 닫는다. 아침에 나가면서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동네 빵집에서 뭘 좀 사야하는데 문제는 "샌드위치"라는 말을 만든 나라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샌드위치는 뭘 넣는지 거의 먹으면 바로 명치에서 걸린다는 것 - 지금은 영국에도 신의 은총이 내려 "Pret a Manger"가 성업중이지만, 그때는 아직 문명화되기 전, 야만의 시대였다. 그래서 집어드는 것이 보통 도너츠나, 아니면 스콘. 그 동네 빵집은 유리 진열대가 3미터 정도,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 두 개 정도가 되고 곱게 늙은 은발의 할머니 한 분이 계산을 맡아보셨다. 지금도 살아계실지. 그때는 "블루머"라고 부르는 시골풍의 큼직한 식빵 - 보통 loaf라고 부르는 직육면체 모양이 아닌, 달걀을 반으로 자른듯한 모양의 빵 - 을 벽에 걸린 진열대에 올려놓았다가 40펜스에 팔곤 했다. 오피스에 나가서 있다가 시간이 좀 지나 스콘을 먹다 보면 목이 메이곤 한다 - 서러워서가 아니고, 진짜 스콘을 먹어본 사람은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스콘이 원래 차에 곁들여 먹는 것이라서. 어쨌든 그때 그, '설타나'가 들어갔던 소박한 스콘의 맛이 잊기 어렵다.
2.
지금 DESY의 그룹을 맡고 있는 쇼메루스가 함부르크로 오기 전에 있었던 곳이 프랑스의 사클레이다. 프랑스의 국립연구소 중 하나이고 특이한 점은 "국방부" 소속이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하다는 점. 교수라도 주말에는 아예 연구소 출입이 안 될 정도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며, 연구소장 정도되면 출입이 되지만 연구소장이라도 다른 사람을 - 예를 들어서 연구소의 평교수(!) -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역시 금지. 2003년, 그때도 이번처럼 초청을 받아 세미나 일정을 잡고 방문을 했는데, 사클레이란 곳은 파리에서 우리의 국철에 해당하는 RER을 타고 한참 가야하는 곳. 내리면, 아주 한적한 시골 마을이 나타난다. 가끔 식당에 가기도 했지만 근처에서 주말에 서는 시장(!)에서 염소젖 치즈와 복숭아(이게 또 프랑스가 자랑하는 아이템 중 하나이다)를 사고,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서 먹었다. 아, 파리는 그 전에도 여러번, 후에도 한 번 더 갔지만 그게 가장 맛있었던 바게트였다. 아마 꿈에서나 다시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극상의 텍스쳐. 이런 훌륭한 솜씨를 가진 베이커가 왜 이 시골에 있어야 할까?
3.
베를린의 겨울은 아주 춥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매년 열흘은 넘는 정도. 독일의 겨울밤은 콘서트장에서, 여름밤은 비어가텐에서 보내는 것이 정석이다.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꼭 나타나는 "라우겐빵"을 큼지막한 바구니에 넣어 파는 사람들. 지난 겨울에는 혹시 예약이 될까 해서 휴일 낮에 콘서트장에 갔는데, 저녁공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기 때문에 건물이 열려있기는 했지만 박스 오피스도 문을 닫았고 거의 사람이 없이 조용했다. 그런데 그 밖 추운곳에서 라우겐 빵 바구니를 들고 서있던 키 큰 젊은이가 있었다. 추위도 안 타는지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인형인줄 알 정도로. 독일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되어있는 편인데, 평일저녁, 8시면 거의 모든 집에 전등이 꺼지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겉으로 보면 한국만큼의 치열한 경쟁이 없어보이는데, 그만큼 '기회'가 없다는 말일수도 있고. 그날 빵바구니를 들고 서있던 젊은이는 어떤집에 살고, 어느학교를 나왔고, 어느직장을 가지고 있었을까?
# by | 2008/07/16 02:10 | 비망록 | 트랙백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