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ne

드디어 기다리던 논문이 나왔다. 0809.1771
"M2-브레인 이론의 비섭동적 검증"이라니, 시쳇말로 '제목부터 간지작살'이다.

BL,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ABJM이 나왔을 때, AdS/CFT의 역사를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인스탄톤 문제'를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4차원 양-밀즈 이론에 대한 멀티-인스탄톤의 연구는 영국의 변방에 있던 스원지 그룹을 (스원지 대학은 그래도 원래 나름 명문이다!) 양자장론에 대한 세계적인 선도그룹으로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사건들이라고 하면 우선 스원지 그룹의 리더격이었던 닉 도레이가 저명한 화이트헤드 상을 받고 케임브리지로 옮겨가게 된 것. 그리고 그와 함께, 학부는 노팅검, 박사학위를 스원지에서 하는 등, '옥스브리지'의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있었던 데이빗 통이 지도교수와 같은 시점에 케임브리지의 교수가 된 것. (데이빗은 물론 졸업 후 독자적으로 낸 여러 업적들이 인정받은 것이었으며 도레이와 같이 2003년에 케임브리지의 교수가 된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이다.) 최근의 '가적분성'연구가 있기 전에는 이 인스탄톤 연구가 바로 AdS/CFT가 촉발한 가장 눈부신 수리물리학 업적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ABJM같은 2+1차원, 천-사이몬스 게이지 장론에서의 인스탄톤은? 아마도 트후프트-폴리아코프 모노폴과 비슷한 해가 인스탄톤으로서 주어질 것이고 그 모듈라이 공간이 AdS4*S7를 주게 된다든지 등등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주에 나온 논문은 우선 저자가 또 늘어서 6명나 된다. 고등과학원 4, 포스텍 1, 서울대 1로서 "한국 끈이론 분야의 Research position의 최정예 연구진 총망라"라고 하면 너무나 정확한 이야기가 아닐까? 이 분야에서 한국의 '교수'로서 수업 의무가 전혀 없거나 학기당 3학점 이하인 자리는 아쉽게도 이 논문의 저자분들 4분 밖에는 어느 곳에도 없다. 그 외 고등과학원의 조교수나 연구원 자리도 동급최강이라는 것은 말하면 낯간지럽지만 역시 엄연한 현실. 그런 의미에서 이 논문은 한국에서 더이상 나오기 힘든 협동연구이며 따라서 한국이 내보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논문이 되어야 하고, 또 그렇다.

1,2 절은 개론과 요약, 그리고 수학적인 심볼 등을 정하기 위한 기초적인 리뷰. 꼭 모노폴 인스탄톤에 세세한 관심이 없더라도 읽어보면 ABJM의 현 상황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정리. 그 다음은, 인스탄톤 이야기가 어쩔 수 없지만 기술적이다. 천-사이몬즈에서의 인스탄톤이란 특히 큰 문제점이 있는데, 시간을 허수로 만들면서 통상적인 이론과는 달리 액션이 순허수가 되어버리는 문제. 이것 때문에 어떤 시니어 교수님은 "천-사이몬스에서 인스탄톤이라면 듣기만 해도 경기(氣) 가 난다"고 하셨을 정도. 물론 이 논문에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 인스탄톤이란 그저 경로적분을 근사적으로 계산하는 도구일 뿐으로, 일반적으로 실적분을 하는데 컨투어를 바꾸어 복소적분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또 하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인스탄톤이 연결하는 다른 진공들이 역시 순허수만큼 차이나는 액션값을 갖는다는 것. 액션이 게이지 변환에 대해서 불변이 아니라는 문제인데, 이것은 초기와 말기의 파동함수가 가지고 있는 전하량 값이 다른 것에 의해서 정확히 소거된다고 설명. 여기까지.

그다음, 인스탄톤 연구에서의 기본은 페르미온 제로 모드가 몇개인가, 그렇다면 인스탄톤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들이 어떤 종류인가 하는 것. 아쉽지만 여기서 완전히 구체적인 계산을 하기보다는 미분이 4개 붙은 상호작용이라는 정도를 이야기하며, M이론의 중력 극한에서의 계산에서도 같은 종류의 상호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으로 장론과 일치한다고 주장. 한 가지 이상한 것은 IIA쪽 이야기보다 IIB쪽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 가이오토 위튼의 셋업에서도 이런 모노폴이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 IIB쪽의 브레인 해석이 없다는 것. 검증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사실 어떤 종류의 상호작용이 있는가 하는 정도는 인스탄톤이 보존하는 초대칭성의 수에서 이미 예측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룹 레벨의 보정항을 정확히 계산하는 등 앞으로 할 일들은 많다. 부디 스원지 그룹이 내놓았던 2002년의 "The Calculus of Many Instantons"같은 경이로운 노작이 앞으로 나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