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 행렬 비망록

Cabbibo-Kobayashi-Maskawa 행렬:

입에 발린 소리로 '교과서에 나오는 표준 모형'이라고 하지만, 물론 이 교과서라는 게 아무리 낮춰 잡아도 대학원용 교과서이고, 실질적으로 CKM 행렬의 내용까지 대학원 수업시간에 제대로 배우는 학교가 얼마나 될까 싶기는 하다. 이상적으로야 학부의 양자역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다 배워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WKB'라든가, '산란이론' 같은 것은 시간에 쫓겨 생략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CKM을 수업으로 제대로 배운 적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석사과정 1년 때에는 고전물리학, 양자역학, 통계역학 등의 복습. 2학년이 되면 고급 양자역학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상대론적 양자역학을 건드려 보는 정도이지, 표준모형의 구체적인 양상까지 다루기는 쉽지 않다. 현상론 쪽으로 공부한다고 하면 대학원 1년 때부터 양자역학 - 입자물리 - 양자장론 정도를 공부해야 비로소 표준 모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이쯤 되면 시간적으로 학점 따는 일은 끝, 연구를 이미 시작했어야 하는 거다.

어느 수업이었는지, 아니면 혼자 공부하면서였는지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CKM이라는 3차 정방행렬을 접하고 그저 따분해했던 기억이 난다. 입자물리학이라는 게 역시 우아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각 성분이 복소수인, 3차의 유니터리 행렬이라니, 이걸 붙잡고 꼬치꼬치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 의외였던 까닭이다. 동기부여가 될만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일까? 3차 정방행렬을 다루는 데 소요되는 계산의 양이라는 게 미묘한 점이 있다. 2차 정방행렬이라면 곱이건, 역행렬이건 한 눈에 되지만, 3차가 아마도 손으로 할 수 있는 한계랄까, 재미가 붙으면 그 복잡한 면이 오히려 매력일 수도 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금방 "내가 이런 걸 하려고 입자물리 전공하겠다고 결정한 것이었을까?"하고 자문해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문제의 일본 저널, Progress in Theoretical Physics (PTP)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텍스트 위주의 소박한 홈페이지인데, 윗부분에 좀 큰 글씨체에 붉은 색으로 "코바야시-마스카와의 CP-깨짐에 대한 노벨상 수상 논문은 PTP에 발표되었었습니다!"라고 써 놓았다. 등록을 하면 무료로 논문을 받을 수 있게되어 있어서 잠시 훑어보았다.

때는 1973, CP-깨짐은 이미 실험적으로 알려져 있던 때. 그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입자물리학의 표준 기술방법인 양자 장론에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약한 상호작용이 쿼크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실험적으로, 이론적으로 이해되어 있던 상황. 전문 용어로 하면 "약한 상호작용은 맛 대칭성을 깬다."가 된다. 그 효과를 수학적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내려면 2차 정방행렬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데, 그 중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양은 사실 단 하나, 이탈리아인인 카비보가 제안해서 '카비보의 각도'라고 부르는 값이다. 코바야시와 마스카와가 했던 일은 "혹시 쿼크가 한 세대 더 있다면 어떨까?" 라는 질문을 파헤쳐 본 것이다.

머레이 겔만이 쿼크 모델을 제안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이 이미 1969. , 아래, 기묘 쿼크가 바로 SU(3)를 이루기 때문에 기묘(s) 쿼크는 당연히 알려져 있던 시절이고, 세대를 맞추기 위해서 맵시(c) 쿼크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만 하던 때이며 그것이 실제로 처음 목격되었다고 주장된 것은 (물론 엄밀히 말하면 쿼크는 하나씩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으므로 실제 본 것은 그게 포함된 새로운 메존이다) 1974년이다. 맵시 쿼크의 발견으로 리히터와 팅이 1976년의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 1973년까지는 쿼크의 세대가 하나 더 있어서 세 개라고 믿을 이유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보통의 물질을 이루는 위, 아래 쿼크들 말고도 무엇인가 더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으므로, 2세대에서 끝나야 한다고 믿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의 학계 분위기랄까, 관습을 알 수 없지만 KM의논문에서는 어쩐 일인지 쿼크라는 단어는 전혀 쓰지 않고 있다. 대신 중입자(baryon)이라는 말을 쓰는데, 2세대만 있다면 약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CP가 깨지는 효과를 집어넣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 논문의 주된 내용이다. 싱글 컬럼으로 조판된 논문은 여섯 페이지인데, 마지막 반 페이지가 되어서야 '그렇다면 만약 쿼크가 여섯 개 있다면'이라고 가정하고있다. (여섯 개를 생각한 것은 약한 상호작용을 일반적으로 집어넣으면u,d,c,s,t,b 여섯 개 다 생각해야 하기 때문) 논문의 거의 뒷부분이 되어야 비로소 흔히 CKM행렬이라고 부르는 3차 정방행렬이 문제의 복소수하나를 포함해서 등장한다. 어쨌든, 수학적인 결과는 2차의 유니타리 변환에서 기저벡터를 다시 잡는 자유도를 빼 버리고 나면 혼합 각도 하나만 남지만, 3차의 유니타리 변환에서는 혼합 각도 셋 말고도 복소수의 위상에 해당하는 인수가 하나 더 남는다는 것.

CP-
깨짐이라는 것은우주의 초기에는 입자와 반입자가 똑같이 존재했는데 왜 지금은 입자만 있고 반입자는 사라졌는가?”, 즉 한쪽 방향으로의 편중은 왜 생겼는가를 소립자 물리학이 설명하는 방법이다.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현상이 입자와 반입자에 대해서 똑같이 일어난다면, 물리학자들은 'CP가 보존되었다'라고 표현한다. 입자 물리학에서 보통 고려하는 세 가지 힘 중 오로지 한 종류, 약한 상호작용만 이것을 깰 수 있고, 따라서 '우주 탄생'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우주의 성장'의 비밀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KM의 제안은 쿼크 (그와 함께 각 세대를 이루는 경입자도 마찬가지)가 적어도 3세대 이상 있어야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

좀 말투를 바꾸어 보자면, 우주의 태초에는 마치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빛이 있었다". 문제는 오로지 "빛만"있었다는 것으로, 은하가 되고, 별이 되고, 행성이되고, 땅과 생물과 인간이 될 수 있는 '물질'은 없었다는 것이다. 뜨거운 국이 식어 가면서 기름 덩어리가 엉기듯이 우주도 식으면서 '물질'이 생겼다고 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얼핏 보기에 물리학 법칙이 CP라고 하는 대칭성을 가지고있어서, 항상 물질이 생기면 반물질도 함께 생겨, 그것들은 곧 다시 빛으로 쌍소멸한다는 것이다. , 태초에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했는지도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천지창조 - 물질을 포함한 - 를 하기 위해서는 "CP는 깨져야 한다"고 곧 다음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첨언하자면 '반물질'의 존재는 '빛의 존재' 즉 특수 상대론을 받아들이면 거의 필연적이다.)

 

입자물리학의 내용을 보면, ‘근본입자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보이는 통상적인 물질을 만드는 데는 전혀 기여하지않는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제대로 이해했다면 사실 당연하다) 만약 누군가 우주를 처음에 디자인했다면, 왜 필요 없어 보이는 것을 이렇게나 많이 집어넣었을까? 양성자와 중성자 원자핵을 만드는, 즉 우리 몸을 포함해서 보통 물질 질량의 99.9 % 이상을 책임지는 입자들 u,d 쿼크들 만으로 만들어진다면, 도대체, c,s,t,b 네 가지는 왜 있는 것인가? 한 가지 답은 이것이다. 우주에 물질이 주로 존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은하와, 별들과, 행성과, 생물들이 존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KM 논문으로 되돌아가 보면, 내용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심오한 내용이 보이는 것은 사실 아니다. 논문거리가 궁한, 그러나 의욕은 있는, 대학원생들이(사실 이들은 논문을 쓸 당시 연구원들이었다) “어쨌든 계산할 거리를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추측될 정도. 그저 이미 있는 2차 정방 행렬 이야기를 3차로 확장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주제는 물론 이후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 되어서 “CKM 행렬만을 주제로 하는 국제 학회가 생겼을 정도인데 삼십오 년 후 노벨상을받게 되었으니 추측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리지널 논문에서 사용한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도 아니어서 현재는 그 이후에 만들어진 표준 변수또는 울펜슈타인 변수가 주로 연구자들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다.

 

CKM 행렬의 의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면, CP-깨짐이 분명히 우리 우주의 성질 중 하나인데, CKM 행렬이란 그저 그것이 깨지는 정도를 정확히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은 것 뿐이다. 다른 말로 하면, 표준 모형의 방정식들이 이미 있는데, 거기에 이런 저런 항들을 더 넣을 수 있으며, “바로 이 항의 계수가 CP-깨짐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주는 정도이다. 우주를 디자인할 때, 그 항은 넣을 수도 있고, 안 넣을 수도 있었는데, 도대체 왜 있는지, 있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왜 그 값이 하필이면 측정되는 것과 같은 값인지, 그 항의 존재가 쿼크가 삼 세대 이상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도대체 우리 우주는 삼 세대 이상의 쿼크들에 기반해서 디자인 되었는지, 등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쿼크들은 3세대까지는 다 발견되었지만, 정말 그것이 끝일까? 입자가속기의 성능을 높여 가면 4,5 세대 등 계속 나올 것인가? 입자물리학자들이 추측은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확답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우주의 디자인이 필요한 양상만 갖출 수 있다면 되도록 간단한 것을 택했을 것이라고, 존재를 알 수 없는 창조주의 미적 감각을 신뢰한다면, 3세대 이후는 아마 없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으로, 끈 이론은 여러 세대의 입자들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그 세대를 몇 개로만 줄이는 것이 오히려 골치 아픈 문제라고 할 정도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필연성이 없는 추가적인 대칭성을 적당히 요구하면, 세대를 3,4,5 정도로 줄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양자 역학이 그저 허용했을 뿐인 스핀이 양자 장론에서는 필연인 것처럼, 양자장론에서 그저 허용할 뿐인 다세대 문제는 끈 이론에서는 필연이다.


덧글

  • ExtraD 2008/10/08 15:40 # 답글

    측정에 의하면 CKM 행렬의 복소수 위상항 만으로는 우주의 물질량을 여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져있습니다. "Baryogenesis"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죠.

    어떤 의미에선 끈이론에서 필연인 다세대(+초대칭/여분차원)가 창조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루이 2008/10/08 16:46 # 답글

    네. '원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지, '정량적'으로는 아직 수수께끼가 남아있다는?
  • 세리자와 2008/10/08 17:32 # 답글

    근데 카비보는 약간 논외라고 하더라도 왜 골드스톤이 빠졌을까요. 어디에 잘못보인거 있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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