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바가 제안한 새로운 양자 중력 이론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 요즘은 매일 몇 편씩 논문이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현상론 학자와 끈이론 학자 모두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는 것은 오랜만의 일. 어느 분 말대로, 틀렸다는 것이 (어느 레벨이건) 판명되어 100편 정도의 후속 연구에서 끝날까? 아니면 AdS/CFT나 랜덜-선드럼 정도의 거대한 레퍼토리가 될 것인가?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후속 연구는 HL 중력 이론을 일단 받아들이고 고전적인 영역에서의 그 함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몇 가지 중요한 고전적 해 - 블랙홀, 다이온, 우주론적인 것 등 - 를 찾아보고, 그것들의 대한 1차적인 성질을 연구하는 것. 이번 주에는 드디어 좀 더 진지하게 HL 이론의 이론적 정당성을 논의하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1막 2장이랄까.
언급하고자 하는 논문 두 편은 모두 일본 동경대학에 새로 만들어진 IPMU(数物連携宇宙研究機構)에서 발표된 것이다. 여러 가지 다른 배경을 가진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이 연구소에서 아마도 최근 집중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고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논문은 사진에서 무라야마 소장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커플, 올란도 씨와 레퍼트 양의 공동 작품인데 확률적 양자화(stochastic quantization)의 관점에서 HL 중력을 해석했다. 이것은 아무래도 이론 물리학의 형식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유럽 출신의 연구자다운 논문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는 저자가 타츠마 니시오카 한 사람인데 정황상 타카야나기의 교토대 시절 대학원 지도학생이었는데 현재 IPMU 방문 형식으로 와 있는 듯. 논의에서는 역시 교토에서 옮겨왔으며 HL 중력에 대해 이미 논문을 두 편이나 쓴 무코야마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HL 중력의 요점은 재규격화를 위해 일반적 공변성(general covariance)를 희생한다는 것이다. 공간에 대해서는 6차의 미분이 나타나지만 시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2차 미분만 존재하기 때문에 급수 셈을 고려하면 간단하게 규격화가 가능할 것이 예상되면서도 유니타리 성질 등의, '고차 R 이론'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다. 문제는 공간 부분에 대한 곡률의 고차 항을 적는 방법이 너무 많다는 것인데, 유일성을 담보하기 위해 호자바가 차용한 것이 바로 고체물리학에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detailed balance condition (DBC)'이다. 이 조건을 이용해서 그는 결합 상수가 세 개 주어진 (뉴턴 상수를 제외하면) 작용량을 쓸 수 있었다. 바로 '거의 단 하나의 이론'을 적어 주었기 때문에, 이후에 많은 연구자들이 '복잡하지만 바로 해낼 수 있는 계산'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리프시츠의 아이디어를 중력의 양자화를 위해 차용한다는 큰 스케일의 아이디어보다, 상당히 고정된 형태의 라그랑지안을 제시해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진지한 관심을 끌게 된 진정한 성공 비결이 아니었을까.
올란도와 레퍼트는 팔라티노 폰트를 사용한 그들의 논문에서 HL이론의 재규격화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3+1차원의 중력에 대한 3차원 공간 부분은 DBC에 의해서 대략 코튼 텐서의 제곱으로 주어지는데, 이 코튼 텐서라는 것이 바로 3차원의 위상 중력 - 혹은 천 시몬즈 중력 - 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확률적 양자화라는 방법은 바로 d차원의 유클리드 공간 양자장론에 새로운 시간 차원을 하나 더하고 - 이 경우 d+1차원의 로렌츠 대칭성은 당연히 담보되지 않는다 - 이 높은 차원에서 장들이 일종의 확률적 확산 방정식, 즉 랑제방 방정식을 만족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때 d+1차원에서 시간이 무한히 흘러 평형을 이루었을 때의 동시간 상관함수들이 바로 낮은 차원 양자장론의 상관함수를 준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우선 3차원의 천-시몬즈 중력에서부터 시작해서 4차원의 액션을 적고, 확률적 변수를 적분해내면 바로 호자바의 중력 이론이 나온다는 것을 보였다. (이 정도는 확률적 양자화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쉬운 연습문제로 보임)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에 페르미온들을 넣고, BRST 대칭성의 존재를 예시한 다음, 양쪽 이론들의 양자화 문제가 사실은 맞물려 있다는 것을 보인 것.
니시오카의 논문은 Horava-Lifshitz Holography라는,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HL 중력에서는 이미 특별한 한 좌표 - 시간 - 이 있어서, 홀로그래피를 고려하려면 역시 이것에 대해, 즉 무한대의 미래에 있는 3차원의 유클리드 이론을 상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은,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고려된 dS/CFT 대응성과 비슷하다. 이 논문에 사용된 중요한 테크닉은 홀로그래피를 위해 중력 이론을 해밀턴-자코비 이론을 이용해서 다시 표현하는 것 - 대학원 레벨의 '고전역학' 내용이 현대 끈이론 연구에 중요한 가장 고급의 이유.
DBC의 중요성은 예상대로 점차 설명되어지고 있는데, 정작 이 조건이 현상론적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 예를 들면, 우리의 우주는 양의 우주상수를 가지고 있는데, DBC는 초대칭성과 마찬가지로 음의 우주상수만 허용한다 - 은 아이러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 HL 중력은 IPMU의 설립 목표에 비교적 잘 부합되는 주제인데, 이정도 속도로 집중적인 연구가 계속된다면 마치 포츠담의 AEI가 ‘BMN 연구소’라는 별칭을 얻었듯이 ‘새 연구소의 존재 이유(raison d'être)’를 제공할 수 있게 될까?


덧글
스폭 2009/05/12 05:29 # 답글
Horava의 중력이론이 많은 논문을 쓰도록 했으나, 요즈음 아이디어 고갈인 사람들이 `쉽게'할수 있는 것을 제공했기 때문인것 같고, 그 이론 자체가 얼마나 유용한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루이 2009/05/12 13:47 #
절반은 동의하지만 절반은 제 생각과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