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을 만나서 단순한 대화라도 나눌 기회는 2006년에 학회 참석차 북경을 여행했을 때 있었다. 같이 갔던 몇몇 한국 분들이 북한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다녀오셨는데, 그때는 그다지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아 그냥 호텔에서 쉬었던 것이다. 따라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
뮌헨대학, LMU에는 러시아 출신의 저명한 우주론 학자인 무카노프 교수가 있는데, 그에게 지도를 받는 북한의 유학생이 있다는 것을 다른 이로부터 들었던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이름은 강진우. 어쨌든 세 편의 논문이, 비교적 다양한 이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로,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다.
이번 함부르크 학회의 만찬은 목요일 저녁에 열렸는데, 학회 첫날부터 이 북한 분과 한 번 꼭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다고 벼르던 K박사님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합석을 권유해, 결국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나는 그다지 긴장감이랄까 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되도록 민감한 대화는 피하고 유학은 언제 오게 되었는지, 평양에서는 어떤 교과서로 공부했는지 하는 것을 물어보았다. 예상보다는 북한말 억양이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다시 생각하면 그래서 현실이 더 아쉽기도 하다. 어쨌든, 전공 공부는, "번역된 책들도 있지만 주로 원서로, 러시아 원서로 공부합니다."라는 것이 대답.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제 졸업, 즉 박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을 텐데, 과연 그 후에 학계에서 남고자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 프랑스 정도만 예외로 하고 - 그렇듯이 어디에선가 포닥을 하게 될지, 아니면 바로 북한으로 돌아갈지가 사실 궁금했는데, 생각하기에 따라 조심스러운 질문이 될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답변은 얻었다. 독일인으로 2001년에 할레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최근 뮌헨 대학에 있었으며 최근 드디어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정년이 보장되는 연구원 자리 - 교수 칭호는 없지만 -를 얻게 된 미샤엘 하크 박사의 연구원으로 있기로 했다고. 앞으로는 "현이론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몇 년 뒤에는 북한에서 나오는 끈이론 논문을 볼 수 있게 될까?
그 대화중에 얻은 정보지만 마코 자거만이 하노버로 옮기고, 카르도소는 모국인 포르투갈의 아주 좋은 교수 자리를 얻게 되어 돌아가며, 그 자리를 미샤엘 하크 박사가 넘겨받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학회 참가자로 이루어진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는데, 뜻밖에 놀라운 실력이었다. 조지 벤슨의 "마스커레이드", 스티비 원더의 "수퍼스티션"등이 아주 좋았다. 다음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11시까지는 호텔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 하여, "좋은 논문 쓰시길 바랍니다."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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