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대차를 신청했던 책이 도착했다길래 도서관에 들렀다가 신착 도서 중에 두 권이 꽂혀 있는 엘 그레코에 대한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 같이 들고 내려왔다. 뜻밖에도 순수 국내 학자 - 그것도 미술사가 전공이 아닌 - 분의 저작인데 그 깊이가 놀랄만치 대단하다. 특히나 요즘 교양 과목에서 피렌체와 베니스 영향권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졌던 갈릴레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터라, 미켈란젤로로 대표되는 피렌체 르네상스, 티치아노로 대표되는 베니스 르네상스를 비교해서 설명해 놓은 부분은 혼자 오랫동안 찾고 있었던 데 대한 실마리를 준 셈이랄까. 절대 진리 혹은 이데아를 추구하는 미켈란젤로의 미학과 그에 비하면 '직관적 느낌과 주관적 해석'을 강조하는 베니스 화풍은 마치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미술사 전공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있었는데 약간 풀렸달까, 아니면 이 책도 비전공자가 적어도 내게는 더 훌륭하게 써낸 셈이니 편견은 더 깊어지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