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elangelo vs. Tiziano 스크랩

회화가 과학이기도 했던 피렌체파 화가에 비해 베네치아파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은 단순히, 하지만 더 순수한 의미에서 회화였다. 원근법이나 그밖의 과학적인 탐구심 따위는 모두 잊고 단지 눈앞에 있는 그림을 바라보고 그것이 주는 쾌감을 만끽하면 된다. 덕분에 아직 젊었던 시절의 티치아노가 미켈란젤로에게 자기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인체 해부를 좀더 배우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의뢰하는 쪽의 심정이 되면 어떨까. 자기 얼굴이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는지 어떤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그보다는 자기 자신이 충분히 표현되어 있는 초상화를 좋아하지 않을까. 

티치아노는 대상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하게 그리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숨어 있는 이면까지 파헤치고 스스로 만족하는 평범한 예술가는 아니었다. 그는 대상을 그저 조용히 바라본다. 남을 그린 초상화든 자화상이든, 조용하면서도 어디까지나 냉철한 이 눈길은 전혀 다르지 않다. 초상화가로서는 이상적이었던 게 아닐까. 나도 내 초상화를 그린다면 미켈란젤로보다는 티치아노에게 의뢰할 것이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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