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함정 비망록

논술고사 채점을 하고 있다. 배당된 것은 약 600매 정도, 소요기간은 5일. 

두시간 삼십 분 동안 8절지 두 장 양면에 인쇄된 문제에 대해 답을 써야 하는데, 올해의 자연계 문제는 수학, 물리 쪽 문제는 물론, 화학과 생물 쪽 문제도 숫자로 답을 해야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래서야, 실질적으로 "본고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물리쪽에서는 탄성 계수를 알려준 농구공이 바닥에 계속 튀기면서 나아가는 것을 해석하는 문제와, 자기장 속에서 막대 금속을 움직일 때 유도 전류를 계산하는 것들이 나왔다. 최고의 함정이라고 할 문제는, 탄성 계수가 1보다 작은 경우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최고 높이가 줄어들지만 무한번 계속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실제로 농구공을 바닥에 떨어뜨려 보면 몇 번 튀다가 곧 정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99%가 아니라, 채점한 수백 장의 답안지에 정답은 그야말로 딱 한 명밖에 없으며, 나머지 문제는 백지로 남기고 오로지 이 문제 하나만 쓴 수험생도 많은데 한결같이 "마찰력", "열에너지" 등의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껏 답안지를 꽉꽉 채웠어도, 이런 자연계 스타일의 문제에 출제위원들이 제안한 대로 깐깐한 채점 기준을 적용하고 나니, "기본 점수"만 받고 마는 답안지가 삼할 정도는 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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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볼트 2009/10/27 04:36 # 답글

    무식을 들어내기 싫지만 "실제로 농구공을 바닥에 떨어뜨려 보면 몇 번 튀다가 곧 정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이거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nelastic collision 때문에 정지하는 것인데.. 루이님은 열에너지가 아니라고 하시고...:(
  • 루이 2009/10/28 13:48 # 답글

    비탄성충돌이라도 이상적이라면 바닥에 무한히 많이 튕겨야 하지요. 다만 멈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유한할 뿐. 열에너지 등은 이미 비탄성충돌이라고 할 때 고려가 된 것이고. 바닥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튕겨나온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바닥에 접촉 후 변형이 일어나고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면서 튀어오르는데 유한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게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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